17년 넘게 플래너를 기록해 오고 있다. 다이어리가 아닌 플래너라고 부르는 이유는 첫 기록을 프랭클린 플래너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며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그냥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을 순차적으로 기록한다. 쓸게 없으면 지금 생각나는걸 그냥 손으로 옮겨 적기도 한다.
완벽한 하루는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다. 물론 100% 완벽한 날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계획을 해야 실천을 할지 말지도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전 내일 할 일을 플래너에 적어놓고 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오늘 꼭 끝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집중해서 늦게까지라도 마치고 자는데, 굳이 내일 해도 되고 모레 해도 되는 것을 오늘 굳이 밤새면서 나를 피곤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계획하기는 중요하다. 특히 창작하는 사람들, 뭔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기획이라는 단계가 있다. 내 삶에도 어느 정도 기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삶이 흘러가기 때문에 문득 내가 뭐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생긴다.
중간에 추가되거나 수정되더라도 큰 크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를 꼭 거쳐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계획이다. 내일을 계획하고 미래를 계획한다. 나에게 이걸 제대로 해내자며 각인시키는 행동이기도 하다.
플래너를 처음 쓰게 된 계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말 첫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대표님이 입사 선물로 책을 선물로 주셨다. 나폴레옹 힐의 유명한 자기 계발서다. 처음에는 디자인 회사 사장님이 왜 이런 책을 주실까 의아했다. 하지만 그 책을 읽은 후 나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과 정신무장 같은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책을 통해 자기 계발서라는 세계를 알게 되었고 마니아가 되었다. 그렇게 삶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계속 읽으며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었다. 2003년도에 프랭클린 플래너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창 중철로 제작된 15일분 샘플 노트를 굉장히 많이 나누어주고 있었다. 교보문고를 자주 갔던 나는 갈 때마다 샘플 노트를 받아왔다. 그것을 테스트 삼아 꾸준하게 써봤는데 정말 나에게 딱 맞는 플래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성공가게에서 진행하는 플래너 잘 쓰는 법 강의도 들으러가서 어떻게 하면 플래너를 잘 쓰고 내 삶을 잘 구성할 수 있을까 연구했다. 6개월 정도 플래너에 대해 습득하고 공부한 나는 그 이후 클래식 버전을 구입해서 몇 년간 사용했다. 지금 6공 다이어리라고 불리는 스타일의 플래너다. 속지를 갈아 끼우면서 바인더에 지난달의 기록을 모아갔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이 다이어리를 사용한 것 같다. 물론 이것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문구 덕후답게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수첩과 다이어리들을 사모으고 써봤지만 결국은 프랭클린 플래너로 돌아왔다. 기본은 프랭클린 플래너였지만 몇 년간 같은 디자인의 플래너를 사용하다 보니 지겹기도 하고 프랭클린 플래너가 알다시피 너무 회사원 느낌이 나는 플래너이기 때문이다. 플래너 방황을 하며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써보게 되었다. 절충안으로 1년짜리 캐주얼 플래너로 갈아탔는데 휴대도 좋고 1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겁고 하루 1페이지라는 최소 페이지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것저것 쓰는 게 많은 사람인데 1페이지는 너무 적었다. 그래서 결국 스케줄 정도만 그것에 쓰고 아이디어 노트는 따로 들고 다녔다. 그게 2012년분 터 2016년까지인 것 같다.
2017년부터는 여행의 해로 계획한 대로 여행을 다니며 기록하다 보니 휴대성에 가치를 가장 두게 되었다. 얇은 노트 형식으로 시간 순서대로 계속 기록하는 무지 노트를 플래너 대용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여행 다이어리는 추가로 날짜별로 기록했다. 그렇게 1년을 사용하다 보니 내가 필요한 대로 디자인을 해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2018년 1년 동안은 매달 입맛대로 디자인을 해서 홈 출력을 한 후 중철제본을 해서 들고 다니며 기록해보았다. 한 달 사용해본 후 보완한 디자인으로 그다음 달 플래너를 만들어서 사용해보고 같은 방식으로 계속 1년을 써보았다.
그렇게 테스트한 결과물을 2018년 12월에 제작해 2019년부터는 내가 만든 월간 플래너를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계속 필요한 부분은 추가하고 별로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빼고 하면서 제작한 거라 더 애착이 가고 정말 잘 사용하게 되었다. 거의 분신 같은 나의 플래너다.
지금은 한 달 플래너와 스터디 노트, 아이디어 노트를 휴대하고 다니는데 여러 방법으로 기록해본 후 가장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해야 할 일이나 체크할 사항들에 관련된 것은 플래너에 기록하고,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고 뭔가 배운 게 있을 때 스터디 노트에 기록한다. 인풋 노트라고도 하고 영감 노트라고도 부른다. 나의 아이디어 노트는 생각노트라고도 부르고 창작 노트, 아웃풋 노트라고 부르는데 만들어보고 싶은 기획 아이디어나 좋은 생각이 났을 때 이 노트에 기록해 놓는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해서 기록하는 게 지금 가장 좋은 나만의 기록 방식이다.
기록은 그때 기록하고 마는 게 아니라 다시 읽어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번 달의 플래너를 기록하면서도 저번 달에 무슨 일이 있었지? 다시 열어보고, 아이디어 노트나 스터디 노트도 수시로 다시 열어서 읽어봐야 한다. 그 안에 내가 생각했지만 잊어버렸던 많은 아이디어가 담겨있고, 많은 분들의 통찰과 해안이 담겨 있다. 다시 읽어보며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는다.
나에게 기록은 내 삶의 일부다. 눈에 보이는 나의 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록하지 않고 계속 기억하려고 하다 보면 정말 머리가 아픈 일이 많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을 지면 위에 내려놓고 뇌를 비운 후 잠자리에 들면 그렇게 잠을 잘 잘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너무 잘하고 있는 습관이다. 고민이 생겼을 때 노트에 적고 잔다. 내일 일어나면 기똥찬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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