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의 마지막 날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30대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내일이면 진짜 마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지만 그래도 내 인생 가장 설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20대에 못했던 일들,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세계여행. 어학연수.
단어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남들은 20대에 겪어본 것들. 가장 파릇파릇할 때 경험해 본 것들을 왜 나는 지금까지도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하고 싶은걸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하고 싶은 건 평생에 걸쳐서라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계속 가슴 한편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정말 하고 싶은걸 뒤로 미루면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번 시기를 놓치니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버린다. 가장 후회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면 20대에 가려고 했던 미국 유학을 스스로 걷어차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성문제 때문에... 참 어리석었다. 그때는 세상이 끝날 것 같던 문제도 시간이 지나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때는 그걸 몰랐을까. 청춘의 한낮 열기는 결국 달을 쫒는 결과를 초래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택을 잘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에서 자꾸 벗어난다는 의미겠다.
한번 시기를 놓치니 지금까지 와버렸다. 대신 나에게 젊음과 패기는 줄었지만 여행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은 더 좋아졌다. 20대에는 청춘과 열정은 있었지만 돈은 없었지. 뭐가 좋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보지 않은 길을 말해 뭐하겠는가. 지금이라도 꼬박꼬박 모은 여행경비로 내 의지대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하나는 끝내준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가보고 영어공부도 재미있게 하고 싶다. 인생 숙원 사업 두 개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세계여행과 어학연수. 이제는 해보리. 버킷리스트 1~2번을 다투는 리스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뤄놓은 것이 한탄스럽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갈 수 있음에 감사하자.
용기라는 두 글자가 지금까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두려움은 개나 줘버려. 그럴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뭐든 할 수 있다. 이 나이에 내가 뭐가 겁나 뭐가 무섭겠는가. 할 수 있다. 다 사람 사는 곳이고 남들 다 하는 거 나라고 왜 못할까. 마흔에는 떠나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다. 무조건 새해가 시작되면 여행을 가려고 눈에 보이는 대로 예약을 했다.
1월 8일부터 호주 여행을 시작으로 2월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도 가볼 것이다. 작년 유럽 한 달 여행은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주었다. 영어를 더 잘했으면 좀 더 질 높은 여행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돌아와서 바짝 돈도 모으로 영어 실력 늘려서 마흔엔 정말 뒤 돌아보지 않고 세계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겠노라 다짐했다. 이젠 실천을 남겨놓은 시점이다. 1년 후 나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나의 마흔이 기대되는 이유는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고 그동안 계획한 대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플래너에 쓰면서 계속 노력하고 다른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고 행동하면 뭐라도 손에 쥐게 되는 것 같다. 신나고 가슴 떨리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뒤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가리라. 내 발목을 잡았던 많은 것들, 앞으로도 계속 그런 것들이 생기겠지만 과감하게 뿌리치고 내가 원하는 길로만 걸어가겠다.
6 대륙을 한 번씩 가보기.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보기.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앞으로 전진하자.
마흔. 나도 아직 실감 나지 않는 나이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라는 거. 내가 채운 만큼이 진짜 나다. 이제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로만 내 삶을 채워가겠다. 남 눈치 보고 못했던 것들,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 속에서 들리는 내 말만 듣자. 삶의 마지막에선 하지 않았던 일들만 후회로 남는다고 하지 않는가. 저지르고 해 보자. 용기를 내자.
주변에 여행을 해본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신기한 게 왜 내 주변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친척 중 누군가도 해외에 살지 않는다. 하나에서 열까지 검색해보고 책도 찾아봐야 한다. 주변에 해외여행을 잘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도 그런 기회가 많았을까? 기회가 좀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는다. 스스로 알아보고 선택하지 않은 건 절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런 핑계를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진짜 하고 싶었다면 벌써 갔겠지 용기가 부족했고 관계에 대한 포기가 되지 않아서 기회를 놓친 게 여러 번이다.
늘 내 발목을 잡은 건 나다. 남 탓할 필요도 없고 선택과 결과는 늘 내 몫임을 명심하자. 남는 걸 선택한 건 나였다. 원망할 것도 없고 그저 그때는 나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뭔가 의지할 곳이 늘 필요했고 손 안의 것을 놓치지 않고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움켜쥐려고 할수록 손 안의 것들은 빠져나간다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내가 핸들링할 수 없었던 것들을 붙잡으려고 하니 당연히 잡힐 수가 없다. 하지만 내 의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실수와 실패를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도 조절이 안되는데 누구를, 무엇을 조절하려고 했는지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부담, 상처, 외로움. 이것들의 순환과 반복. 내가 그만큼 스스로 서지 못하고 채우지 못했기에 그런 결과들을 계속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나의 서른아홉. 1년간의 멈춤은 나에게 큰 의미를 준 한 해였다. 생각의 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1년이었다. 아깝지 않다. 1년 동안 진짜 나를 만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이젠 온전히 나 혼자서 우뚝 설 수 있는 마음가짐과 용기가 생겼다.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기대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 오롯이 나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넘어서야 하고 지금의 나는 그럴 수 있다. 넘어져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울 사람은 나뿐이다. 충분히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내 삶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내가 행복하면 미래의 나도 행복하고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내일도 그럴 수 있다.
새해 새날.
올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올해 달력을 출력하고 라이프로그를 다시 읽어본다. 작년 1년간 잘 써왔구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써 가겠노라 약속한다. 더 행복하고 많이 여행하고 책 많이 읽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나자.
여행 관련된 것들 마무리가 되어 간다. 카메라 부속품들 이상이 있어서 온라인 쇼핑에 주문을 했다. 호주 여행과 시베리아 여행 관련 잔금을 결제했다. 산티아고도 예약까지 했지만 결국 취소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무릎 상태로는 무리일 것 같아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다음 기회로 미뤘다. 국민은행 리브 환전 어플로 호주 달러 환전을 완료했다. 이렇게 어플로 쉽게 할 수 있어서 참 편한 세상이다. 2일 후 가까운 국민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웬만하면 작은 단위로 신청하는 게 편하다.
서점에 가서 여행 관련 책들을 살펴본다. 사고 싶은 책이 정말 많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제발 책을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조급증이 생긴다. 권수가 중요한 게 아닌 줄 알지만 책을 읽을수록 더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읽고 싶어 진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 내용이 궁금한 책들이 너무 많은데 내가 읽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점이 정말 너무 아쉽다. 그래도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니까 한 권 한 권 읽어가야겠지. 조급함이 상황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누구나 책.
일어나 뉴스를 검색하다 보니 결혼식 방명록도 책으로 발간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림도 그려져 있고 덕담도 써져있는 방명록. 그냥 이름만 적는 기존 결혼식 방명록과 차이가 없었다. 여행 가거나 유명 카페에 가더라도 기록을 남기는 방명록이 종종 눈에 띈다. 그것들을 책으로 발간할 생각을 왜 누군가는 못하고 누군가는 하는 걸까. 물론 그 내용이 저작권자가 다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지속되고 모으면 콘텐츠가 된다. 책으로 만들기로 결심만 한다면 언제든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호주 여행 준비물
여권, 여권사진, 카피본, 현금(환전), 체크카드, 신용카드, otp, 인증서, 가이드북, 영화 usb, 유심용 핸드폰,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 배터리, 충전기, 멀티탭, 트래블 아답터, 보조배터리, 공책, 펜, 양말, 속옷, 운동화, 슬리퍼, 상의, 하의, 카디건, 모자, 여성용품, 잠옷, 선글라스, 우산, 휴대용 가방, 수영복, 선크림, 비상약, 물티슈, 텀블러, 수건, 돗자리
여행 그 후.
역시 집이 편하고 좋다. 내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또 한 번 깨닫는다. 내 집의 소중함 말이다. 왜 그 고마움이 오래되면 잊히게 될까. 그러지 말아야지.
집이 이토록 편하지만 여행이 불편하진 않다. 3~4일 만에 계속 잠자리가 바뀌는 것을 즐기고 있다. 낯섦이 늘 즐겁고 호기심 가득이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삶. 눈이 정말 번쩍 떠진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익숙한 삶은 지루하다. 매일 여행할 수 없다면 나 스스로 새로움을 계속 만들어 내고 쫓아다녀야 한다. 이번 여행은 정말 좋았다. 여행할 때 난 정말 거침이 없고 눈이 반짝거린다. 지도 한 장 들고 찾아다니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니. 돌아다니면서 생각지도 못한 곳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두배가 된다.
여행 전 후 준비물을 비교해서 적어 놓았다. 다음 여행을 위해서. 바로바로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익숙해지는 것도 정말 금방이고 잊히는 것도 순식간이더라.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붙잡으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 만끽하면 돼. 지금 잘하면 된다. 나중이란 없어. 모든 게 달라지는 걸. 지금과 같은 마음의 내일은 없다는 거야.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해. 그것만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억은 늘 왜곡되고 잊힌다.
'LIFE > FOR MY BEST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림 리스트 * 원하는 삶을 위한 꿈의 목록 * 하고 싶은걸 하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기 위한 목표 찾기 버킷리스트 (0) | 2020.03.23 |
---|---|
삼성전자 언제 사야할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국내 증시의 불안감 언제 사라질까? 위기 대처법 (1) | 2020.03.23 |
공무원, 교사, 20대에 평생 직업이 왠말? 마흔에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0) | 2020.03.21 |
그동안 경험해 본 돈 되는 취미생활 VS 경험부자 되는 취미활동 (0) | 2020.03.19 |
한계가 없는 유목민 - 마지노마드 (0) | 2018.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