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빠가 지은 집에서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간 계기는 너무나도 명확해서 잊을 수가 없다. 명절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다녀왔는데 열린 문, 담 넘은 흔적 등...
그 이후로 부모님은 바로 안전을 이유로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그때부터 쭉 아파트에서 사셨다.
나는 서울로 이사 온 후 주택과 아파트를 왔다 갔다 하며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여러 가지 이유로 이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에 엄청 방황했을 때는 거의 부모님과 왕래를 하지 않고 이사를 마음대로 다니며 살았던 것도 같고... 무슨 이유로 그렇게 악바리처럼 몸에 힘을 주고 살았을까.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는 일이었을 텐데. 사실 생각도 나지 않는다.
경험해봐야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경험하기 전에 미리 알면 참 인생이 수월하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 그래도 지금까지 겪은 과거를 발판 삼아 앞으로는 후회할 일 만들지 않고 살아야겠다. 아파트가 재산 증식의 목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시대지만 나는 삶이 쌓여가는 그런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 그동안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녀서 덴 것도 있겠지만 마음에 드는 집에서 오래 살고 싶다. 세월의 흔적이 쌓이는 집. 언제쯤 그런 집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산 집 중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 큰 일을 앞두고 얼떨결에 구하게 된 집이었다.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들도 많지만 그때 이 집을 구할 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사람들은 초심을 잘 잊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그때는 이거라도 감지덕지하며 들어왔는데 지금은 배가 부른가 보다. 더 나은 집을 찾아 이사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전처럼 쉽게 나서진 않는다. 그동안 집을 보는 눈도 길러졌고 이사를 한 번 하는 게 얼마나 큰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가장 맞는 가심비 집을 찾는다면 언제든지 짐을 쌀 준비가 되었다.
넓은 작업실이 함께 존재하는 집을 찾고 있다. 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집은 휴식처이자, 일터이자 놀이터여야 한다. 한 공간에 모든 카테고리가 담긴 집보다는 분리가 되어 있는 그런 집을 원한다. 내가 원하는 집을 자세히 그려야 그런 집을 찾을 수 있다. 이건 이상형을 찾는 것과도 비슷하다. 구체적인 이상형이 없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볼 줄 몰라 놓칠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걸 정확히 아는 게 삶을 지혜롭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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