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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TRAVEL

혼자 제주 내 차로 한 달 오토 캠핑 제주도 한달 살기 트렁크 캠핑 - 1

by 노마드 크루 202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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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제주 내 차로 한 달 오토캠핑

 

언젠가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내 차로 제주도 일주! 드디어 실행하게 된 날. 트렁크에 한 달 동안 갈아입을 옷과 읽을 책 몇 권, 다양한 캠핑 도구를 싣고 집을 나섰다. 혼자서 여행을 서너 번 해봤지만 제주도를 차로 일주하는 것과 혼자서 한 달 동안 캠핑을 할 기대감에 더욱 기분이 설렜다. 인천항에서부터 배에 차를 싣고 11시간에 걸쳐 제주도로 갈 것인가, 아니면 완도까지 운전해 가서 배를 타고 두 시간 만에 입도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결론은 배를 최소한 적게 타는 쪽으로 선택했다. 승선 예약 날짜보다 2~3일 정도 여유 있게 서울을 출발해서 유유자적 전국을 횡단해 땅 끝으로 향했다.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승선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차들이 엄청 줄지어 서있었다. 나처럼 차를 가지고 제주도로 들어가는 여행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기다리는 동안 벽에 걸린 커다란 제주도 관광지도를 살펴보며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생각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미리 계획을 하지는 않는 타입이다. 큰 줄기만 잡아놓고 그때그때 날씨와 기분, 주변 상황에 따라 아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이름도 생소한 승선 개찰권 작성방법도 숙지하고 아직 항구에 도착하지 않은 배를 기다린다. 너무 일찍 왔나?

 

수속 시간이 다가오자 한산하던 로비는 금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무리 틈에서 무사히 티켓팅을 마치고 객실용 티켓 한 장과 차량용 한 장을 손에 쥐었다. 표를 들고 밖으로 나오니 항구에는 이미 나와 내 차가 탈 배가 도착해 있었다. 제주도에서 육지로 들어온 차량과 승객들이 하나하나 배를 빠져나오고 그동안 배에 탈 차량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었다. 나도 그 줄 뒤로 차를 세우고 배에서 빠져나오는 차량과 승객들을 구경했다. 그렇게 30분 남짓 대기하니 서서히 앞 차량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배 안으로 줄지어 입장했다. 차가 하나씩 배에 탈 때마다 우당탕 소리를 내는 철판 바닥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신나는 기분이 더 앞섰다. 나는 혼자라서 상관없었는데 가족들이 함께 온 차량은 운전자만 차에 타고 배에 오를 수 있고 다른 가족들은 걸어서 배에 탑승하라는 안내가 들렸다. 직원들이 유도하는 대로 천천히 운전해 가서 자동차를 주차시키면 또 다른 직원 분들이 차량 바퀴 네 개를 안전하게 체인에 묶어 준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하고 신기했다.

 


내 차로 제주

 

차를 안전하게 묶은 후 객실로 이동했다. 원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객실이 나오는데 엔진 소리 나 굉음 때문에 엄청 시끄러운 1층과 달리 2층 객실은 쾌적하고 넓고 환했다. 객실 내에 화장실도 있고 매점도 있다. 좌석을 확인하고 갑판으로 나갔다. 직원분에게 여쭤보니 어장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속력을 내지 않아서 갑판에 나와 있어도 된다고 하셨다. 따로 안내가 나오면 객실로 들어가라고 하셔서 기분 좋게 벤치에 앉아 바다 풍경을 즐겼다. 아직도 승선 중인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여유롭게 사진 놀이를 하고 있다 보니 금세 출항시간이 되었다.

 

항구 근처 어장을 지나가는 동안은 이게 배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물을 가로지르며 움직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얼굴로 마주하며 배가 향하는 쪽을 바라본다. 마치 내가 선장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침내 어장을 빠져나오고 방송이 나온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객실로 들어가고 배는 속도를 높였다.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이 금방 흐른다. 하지만 그 시간이 어떤 사람에게는 세상 최고로 괴로운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뱃멀미가 있는 사람들은 화장실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했고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은 그저 뒤척이며 계속 잠을 청했다. 나도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잠을 자려고 했지만 좌석이 그리 편하지 않아서 푹 잘 수는 없었다. 자다 깨다 비몽사몽 하다 보니 배는 이미 성산항에 들어서는 중이었다. 제주도를 배로 가려면 제주항과 성산항으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데 내가 탄 배는 성산항에 내리는 배였다. 장엄하게 우뚝 서있는 성산일출봉이 제주 입도를 반기는 것만 같다.

 

차량 운전자들은 차로 이동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나도 따라 내려가지 벌써 직원 분들이 차량 바퀴에 매어 놓았던 체인을 풀고 있었다. 운전석에 올라타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얼마나 심장이 벌렁거렸는지 모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나는 엔진 소리 나 굉음이 워낙 커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한 달 동안 제주도를 여행하다니! 그것도 내 차를 타고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앞차가 움직이고 나도 뒤를 따랐다. 직원들이 유도해 주는 대로 천천히 차를 움직이니 처음이었지만 전혀 문제없이 차를 가지고 제주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설렘을 준다. 차를 타고 배에서 내려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가면 진짜 제주 여행의 시작이다.

 

매에서 내려 제주시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자꾸 백미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성산 일출봉의 장관에 유턴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여행 마지막 날 성산항에서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그때 다시 오려고 했는데 백미러로 보이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고는 그냥 떠날 수 없었다. 근처에 주차를 해 놓고 산책로를 걸으며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았다. 마치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은 모습과 그 사이에 우뚝 솟은 일출봉의 조화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여기 우리나라 맞지? 제주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 1순위가 성산 일출봉이라고 하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그럴만하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신비하기 그지없다.

 

 

 

 


캠핑 야영장

 

점점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지체하지 않고 미리 예약한 캠핑장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를 오토캠핑으로 정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소를 캠핑장이나 해수욕장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캠핑할 곳이 많고 특히 여름에는 해수욕장 근처가 거의 야영장으로 변하기 때문에 오토캠핑에 최적이다. 처음으로 간 곳은 모구리 야영장이다. 제주 야영장 중 시설이 가장 좋다고 한다. 지정 장소에 텐트를 치고 화장실과 취사장을 둘러본다.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서 만족스럽다. 둘러보니 다른 사이트 캠핑장비들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집을 통째로 옮긴 것 같은 수준의 집들도 보인다. 내 장비는 소소하지만 여러 번의 캠핑 경험으로 꼭 필요한 것들만 선별해서 가지고 다닌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장비는 캠핑의자인데 다른 것은 가성비를 따져도 의자만큼은 내 몸에 맞고 좋은걸 선택해야 한다는 주의다. 캠핑은 아무래도 앉아서 자연을 즐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간이 의자보다는 머리까지 올라오고 다리도 올릴 수 있는 튼튼한 의자가 좋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캠핑도 좋지만 오롯이 혼자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1인 캠핑도 매우 만족스럽고 값진 경험이다. 이 매력에 빠지면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다.

 

제주도는 곳곳에서 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의 조화가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 앞에서 경건해지는 느낌이 든다. 차를 타고 마을 사이를 이동하다가 멋진 풍경을 만나면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여유를 부렸다. 멋진 절경이 펼쳐진 곳 앞에는 마을 정자가 놓여있다. 가끔 동네 할머니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근처 가볼만한 좋은 곳을 여쭤보기도 했다. 마을마다 개성과 느낌이 다 달랐다. 전통적인 느낌의 마을도 있고 어촌 느낌 물씬 풍기는 곳도 있었으며 현대적인 마을도 있고 정말 수수한 모습 그대로의 마을도 있었다.

 


혼자 놀기의 진수

 

큰엉이라는 곳은 이름도 재미있고 관광지도에도 큼지막하게 적혀 있어서 호기심에 들러보았다. 리조트 주차장과 연결되니까 이곳에 무료 주차를 하고 산책로로 이동했다. 통나무로 안전하게 잘 조성되어있는 산책로를 따라 제주 바다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주변으로 아름다운 식물들과 꽃이 많이 피어있어서 더 운치가 있다. 근처에 있는 제주올레 안내소에도 들러 구경하고 자료도 얻을 수 있었다. 올레길은 제주 사람들이 늘 다니던 길이므로 뭔가 도전의식과 완주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풍광을 만끽하면서 슬슬 걸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산방산 아래에 있는 산방연대에서 잠시 다리를 펴고 누워 하늘과 바다를 감상한다.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군사적, 정치적인 급한 소식을 전하던 장소가 바로 산방연대다.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전망이 끝내주는 곳에 위치해있다. 위에 올라가 보니 딱 아지트 분위기다 이곳 전망에 반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제주도 전망을 바라보고 있자면 혼자 놀아도 시간이 참 잘 간다. 마치 자연이 함께 놀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참 혼자 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열심히 산방연대를 향해 오르고 있는 주황색 모자를 쓴 여성분이 보였다. 대부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곳 연대까지 올라오지 않고 쓱 한 번 바라보고 바다 쪽으로 지나쳐 가는데 유독 그 한 명 만은 방향을 바꿔 나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분도 혼자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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