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프랑크푸르트 여행 중
들렀던 '괴테 하우스'
그곳은 '파우스트'로 유명한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었습니다.
집 안은 생각보다 단정하고 질서 정연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문, 가지런히 놓인 책들,
차분하게 정리된 방들.
그 집을 둘러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남긴 문학은
어쩌면 그 집과 참 많이 닮아 있구나.
<파우스트>나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을 떠올려 보면
그 작품들 역시 감정은 깊지만 구조는 놀라울 만큼 균형 잡혀 있습니다.
마치 잘 정리된 집처럼 말이죠.
그 장소를 나오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문장은 그가 살던 공간을 닮는 걸까?

괴테의 삶과 사유의 중심에는 늘 독일이 있었지만,
반대로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의 삶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는 한 도시에서 깊어지기보다
세상을 떠돌며 이야기를 모으는 작가였습니다.
그의 인생을 따라가 보면
마치 한 편의 긴 여행기처럼 느껴집니다.

1920년대
허밍웨이는 젊은 기자로 파리에 머물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죠.
훗날 그는 이 시절을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에 담았습니다.
가난했지만 자유로웠던 시간.
카페에서 원고를 쓰고, 밤에는 친구들과 문학을 이야기하던 시절.
아마 이곳에서 그는
자신만의 짧고 단단한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의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이었습니다.
허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며
전쟁 속 인간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 이어지죠.
총성과 공포 속에서도
인간이 서로를 위해 싸우고 사랑하는 이야기.
허밍웨이는 언제나
직접 본 세계를 문장으로 옮겼던 작가였습니다.

그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카리브해의 섬 쿠바였습니다.
그는 아바나 근처에 있는 집
'핀카 비히아'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낮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던 삶.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
<노인과 바다>를 완성합니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
거대한 물고기와 싸우는 단순한 이야기.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존엄과 끈기가 담겨 있습니다.

헤밍웨이의 삶을 보면
여행하는 작가의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보입니다.
장점은 분명합니다.
세상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 있는 이야기를 얻는다는 것.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항상 바다, 전쟁, 사냥, 여행 같은 현실의 풍경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삶.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야 하는 피로.
어쩌면 그런 삶 속에서
그는 평생 고독과 싸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이상한 일입니다.
헤밍웨이의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집니다.
파리의 카페,
스페인의 들판,
그리고 쿠바의 바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세계 지도가 펼쳐집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괴테 하우스를 둘러보며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이
그의 문장과 얼마나 깊이 닮아 있는지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았던 곳들은 어떤 모습일까.
바람이 불어오던 키웨스트의 집,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썼던 쿠바의 풍경은
과연 그의 문장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미 그가 살았던 세계를 조금씩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문장들은
이미 우리를 여행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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